피미아나카스 (Phimean Akas)

롤루오스에서 현재의 앙코르 유적지(프놈 바켕)로 수도를 옮긴 야소 바르만 1세가 죽은 후(910), 앙코르 왕조는 북 꼬 께르와 남 야소다라푸라로 분열된다. 944년 라젠드라 바르만 2세가 북쪽 왕조의 왕으로 즉위한 후, 남쪽 왕조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통일 왕조를 다시 연다. 이때 수도를 꼬 께르에서 야소다라푸라로 옮긴다. 그 후 외국과의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건축사업을 하게 된다. 이 때 만든 사원들이 동 메본(953), 피미아나카스, 프레 룹(961)이다.

주달관은 원나라 사람이다. 1296년 사신으로 앙코르 톰에 1년 동안 머물게 된다. 머무른 동안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는데, 그 책이 진랍풍토기이다. 앙코르를 알 수 있는 문헌이 거의 없어 가장 중요한 책으로 취급한다.

이 곳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재미난 이야기 2가지가 전해진다. 하나는 왕궁 침실 앞의 작은 사원의 첨탑이 금으로 되어 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지역 주민들이 말하는 뱀에 관한 전설을 적어 놓았다. 뱀은 고대 크메르인들 사이에서는 물의 정령으로 토착 신앙으로 숭앙받는다.

매일 밤 왕은 황금 사원 탑 꼭대기를 찾아 잠을 자러 간다. 그 이유가 피미아나카스 황금 탑 가운데에는 머리가 아홉개 달린 뱀(나가, 보통 나가의 머리가 7개이나 이 곳 전설에서는 9개로 표현)의 정령이 살고 있는데, 이 뱀의 힘이 강력하여 크메르 왕국 전체에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밤이 되면 뱀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왕은 그 여인과 황금의 탑에서 관계를 맺어야 했다. 왕은 뱀과의 동침 이후에나 다른 궁전에서 왕비나 첩과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만일 하루라도 어기면 왕은 죽음을 맞이하고, 뱀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으면 왕국에 큰 재앙이 온다는 전설이다.

이 신비로운 이야기에 대해서 학자들은 왕의 비밀 접견 장소설, 비밀 보물 창고설, 천문대설 등을 내놓고 있다.

당시 왕은 5명의 부인과 살았다고 한다. 그 외 첩과 궁녀가 3,000~5,000명 정도 되었다고 한다.

피미아나카스 비문에 1177년 참파의 침입으로 크메르의 왕 트리부바나디티야가 살해 당한 것과 자야 바르만 7세가 캄부자에서 전쟁 준비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자야 바르만 7세는 1181년 참파와의 톤레샵 해전을 승리로 이끈다. 왕위에 오르자마자 도시 방어를 위해 앙코르 톰에 높은 성벽과 120m에 달하는 해자를 만든다. 그와 더불어 전쟁으로 불타 버린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왕궁 복원 작업도 하였다.

왕궁 주변의 유적이 모두 자야 바르만 7세 때에 만들어 진 것 아니라, 그 전부터 있었던 건축물도 있었고, 자야 바르만 7세가 단지 재증축만 한 것도 있다. 앙코르 톰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도시 국가이다.

나무 기둥을 받쳤던 기단들이 피미아나카스 계단 옆에 남아 있다고 한다. 기단을 따라 지름이 80cm가 넘는 기둥들이 서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기단들이 왕궁내 건물들을 연결한 회랑의 기단으로 보고 있다.

주달관은 진랍풍토기에서 왕궁에 대해서도 적어 놓고 있다. 정실의 기와는 납으로 만들었고, 나머지는 흙으로 기와를 구워서 황색이었다라고 적고 있다. 이를 기초로 학자들은 왕실 건물 모습을 두 겹의 지붕 위로 유약을 바른 황색 기와를 덮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주달관에 따르면 왕의 집무실의 기둥에는 모두 부처를 장식해 놓았고, 금으로 장식한 창문이 있으며, 창문 아래에는 코끼리상이 장식되어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연구팀이 침전물 조사를 통해 왕궁이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혔다. 신의 거주지인 사원은 튼튼한 사암으로 지었고, 인간이 사는 곳은 나무로 지어 세월이 흘러 모두 사라지고 주춧돌 같은 흔적만 남아 있다. 앙코르 후대에 오면 질 좋은 사암이 점차 줄어 들었고, 또 왕궁 주변에서 튼튼한 목재가 많아서 왕궁은 쉽게 지을 수 있는 목재로 만들었다는 견해가 있다.

주달관은 왕궁에는 첩과 궁녀가 3,000명 살고 있는데, 모두 알몸으로 목욕하였고, 일반인의 피부가 검은데 반해 궁녀의 피부는 매우 희다고 표현하였다.

이곳의 부조를 보기 위해서는 연못의 물이 빠지는 시기인 3, 4 월 건기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

칼라(Kala)는 문 위나 기둥에 많이 조각되어 있다. 죽음의 신으로, 시바 신과 관련한 신화에서 항상 배고파하며 시바 신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자 시바가 칼라 자신의 몸을 먹으라고 하자, 자신의 몸을 먹어 치우고, 머리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시바 신의 말을 잘 따랐다는 이유로 신전 문 앞을 지키게 된다. 신전 앞에 잡귀를 쫓고, 참배자를 보호하려고 조각해 놓는다. 특징은 눈이 크고, 튀어나온 듯하며, 콧구멍이 크게 드러나 있다. 입이 귀 밑까지 찢어져 있다.

왕이 신이 되고, 크메르 왕국의 통치자가 되는 의식인 데바 라자때에 충성 맹세를 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은 우리는 다른 왕을 섬기지 않는다. 왕를 페하로 모시지 않으면 어떠한 형벌도 받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국왕을 위해 영혼까지 바친다. 약속을 어기고 어디론가 달아난다면 32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라는 내용이라고 한다.